일을 하기 싫은 날은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하염없이 시간이 흐르는 것이 아쉬워 글이라도 써야지 싶어서 티스토리 창을 열었다.
한창 사춘기를 겪을 때 연년생인 동생과 하루에 세 번씩 서로 발차기와 주먹질을 하며 미친듯이 싸우곤 했었다. 싸움의 원인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사소한 일들이었는데, 서로에게 모진말을 하며 열받게끔 자극하다가 육탄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내가 키도 덩치도 더 커서 항상 싸움에선 우위에 있었지만 악바리 동생은 밑에 깔린채 맞으면서도 나에게 덤볐다. 말빨이 워낙 좋아서 내가 때리는 입장이었지만 항상 내가 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 당시에 나에게서 가장 만만했던 대상이 동생이었기에 내가 느낀 모든 감정들을 표출할 수 있던 것 같다. 성인이 되면서 나는 대학교를 다른 도시로 가게 되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쭈욱 떨어져 살았다. 지금은 정말 우애깊은 사이가 되었는데 가끔은 그 사실이 아이러니하면서 신기하다. 어릴 때에는 동생 때문에 울기도 많이 울었는데, 지금은 없으면 안되는 세상 소중한 존재..☆
인간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인데, 그 '에고(EGO)'가 가장 강할 때가 아무래도 태어난 이후부터 쭈욱 지속되고 10대가 가장 심각한(?) 단계에 이르는 기간이 아닐까싶다. 어릴 땐 나의 양육자, 부모가 어떤 마음인지, 어떤 상황인지 한 번도 고려해 본 적이 없다. 이제 30대가 넘어가면서나마 어른들의 삶을 맛보기하며 어떤 마음이었을지 유추나 해볼 정도이다. 어쨌든, 무조건 나의 편이길 바랐고, 내가 의지하고 싶거나 불만이 있을 때 다 받아주길 바랐던 나는 좋은 아이였을까? 물론 좋은 기억도 많지만 투정부리고 화내던 나날들이 기억나 가끔은 조금 슬프고 괴롭기도 하다.
결혼을 하니 이제는 나의 가정이 생겼고, 가장 가까운 이는 부모도 형제도 아닌 배우자가 되었다. 배우자와의 관계에서는 어떤가? 과연 나는 성숙해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예전에 오은영 박사님이 했던 말 중 <정상적 퇴행>이라는 전문용어가 기억이 난다. 집 밖에서는 어른스럽고 프로페셔널하게 행동하는 사람도 정말 편한 사람에게는 어린 아이처럼 투정이나 응석을 부리기도 한다는 것. 이 정도까진 귀여운 수준이다.
문제는 나 스스로에게서 배우자에게 짜증과 화를 내는 모습들을 많이 발견한다. 그리고 그 다음날이 되면 너무나 미안해서 혼자 울적해지기도 한다. 화를 내면 결국 상대방도, 나도 기분이 좋지가 않은데, 왜 나는 화가 나는 것이며, 타인들에게 그러는 것처럼 왜 참지 않을까? 아니, 참지 못할까? 이렇게 글이라도 한 번 쓰면서 다시 머릿속으로 트레이닝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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