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개인사업을 시작한지 햇수로 5년차가 되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매년 이룬 업적이 하나씩 혹은 그 이상 있었는데 2022년 9월 중순이 되어가는 이 시점, 한 해를 돌아보니 올 해에는 그렇다할 업적이 없다. 내가 희열을 느낄 정도의 성취감을 가졌던 적이 언제였던가? 이 생각이 들었을 때 뭔가... 충격적이었다.
ㅡ '나 뭐했지..?'
올 해 내내 <슬럼프/번아웃/우울> 이 세 단어에 휩쓸리고 굉장히 수동적인 태도로 하루하루를 때웠다. 정말 살기 싫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고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부정적이었고, 무슨 말마다 "짜증이 난다"라는 표현을 쉴새없이 했던 그런 한 해이다. 나태한 내 스스로에게 폭언하고 학대했던 날들도 있었다.
그러다가 오늘 저녁, 배우 이정재님이 등장한 짤을 우연히 봤는데 정확한 워딩은 기억이 안나지만
ㅡ 슬럼프는 감사함을 잊을 때 찾아온다. 매순간 감사함을 느낀다면 슬럼프가 올 수 없다.
라고 말한 것에 머리가 조금은 띵했다.
ㅡ '아... 나 지금 굉장히 거만하구나. 나 스스로를 낮게 보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나 스스로를 너무 우월하게 봐서 오히려 나의 커리어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낮게 봤구나..'
그 순간 날 찾아주는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며 뭔가 울컥했다. 사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목이 메인다. 이정재라는 배우/사람을 알지는 못하지만 저 말 한 마디에 얼마나 많은 내공을 쌓았는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슬럼프나 번아웃이라고 말하기에는 어딘가 부족했던 내 상황을 꼭 집어주는 것 같았다. 그 글을 보고 30분간 러닝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밀린 업무를 차근히 해내려갔다. 특히 올 초부터 미뤄뒀던 일 하나를 제대로 끝낼 수 있어 기뻤다. 남은 4개월 매일매일 작은 성취감들로 가득 채워나갈 것이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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