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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넘게/인간

#50. 이태원 참사

by Anónimo 2022.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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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오전 10시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몰랐다. 그러다 유튜브에 뜬 뉴스를 보게되었는데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태원 길거리에서 100여명이 압사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는데 단어 단어는 귀에 들어오지만 문장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길에서 갑자기 압사라니? 뭔가 비현실적이었고, 거짓말같은 이야기였다. 

 

 

사람이 죽었다. 지금까지 150명이 넘는단다. 주로 10대, 20대의 젊은 친구들이었고... 누군가의 가족이고, 친구인 그들은 그렇게 생을 마감했다. 구조현장을 비추는 카메라 앵글들이 부산스럽게 흔들리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외국인 친구들은 인스타DM으로 내 안부를 물었다. 또 친구들이 모여있는 단톡방에서도 알림이 와있었다.

 

ㅡ 나는 괜찮아

 

 

내 몸은 괜찮았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올 초에 처음으로 맡은 업무에서 '집단 트라우마'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접했었다. 간단히 설명하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사건사고가 많은 사람들에게 슬픔과 충격을 주게 되는데 그로 인해 실제로 내가 어떤 사건을 겪지 않더라도 그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이유로 마음 속에 일종의 트라우마.. 즉 불안감을 갖게 되는 현상을 뜻하는 단어였다. (예를 들어 세월호 사건이 한국 국민들에게 남긴 마음의 상처) 이번 사태 또한 한국인 뿐만 아니라 전세계인들에게 일종의 트라우마, 불안감, 우울감, 슬픔을 안겨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적어도 나에게는 너무나 큰 슬픔이다.

 

하지만 이 사건보다도 더 조명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압사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걸 보고도 도포에 얼굴에 가려진 이들과 '인증샷'을 찍고, 소리소리 지르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는 그들, 난 그들의 모습을 조명하고 싶다. 그런 행동을 왜 했을지 곰곰히 생각해 봤다. 

 

요즘 '인싸'라는 말이 굉장히 핫하다. 모두들 '인싸'가 되고 싶어하고, '외향적인' 사람이 되어야지만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외향적인 사람들이 주는 에너지가 대부분의 경우 굉장히 긍정적이고 타인을 기분좋게 하는 매력이 있다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 젊은 10대~30대의 사람들은 그것에만 편향되어 다른 것들을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진지한 건 싫고, 병적으로 '밝은 것'에만 집착하는 이들이 바로 곁에 놓인 '타인의 죽음'앞에서도 '쿨'한 것과 '인싸력'이라는 것에 취해 올바른 판단을 못한 건 아닐까? 

 

이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기껏해야 10대에서 20대인 저들이 10년 뒤, 사회의 주류가 되었을 때.. 그땐 또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벌써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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