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9일
낮 기온이 24도까지 오른 완전한 봄날이었다. 반바지, 반팔차림의 사람들도 보이는 날씨. 도시 곳곳이 사람들 소리로 가득했다. 얼마만에 보는 풍경인지 낯설게 느껴질 정도였다. 날씨를 만끽하기 위해 가볍게 집 밖으로 나왔다. 곧 이사를 앞두고 있어 마지막으로 이곳의 봄풍경을 두 눈에 담는다고 생각하니 괜시리 아쉬움이 밀려왔다. 그러다보니 한참을 걷고 걸어 1만 5천보를 걸었다. 집에 돌아올 때에는 종아리가 아프고 온 몸이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축 처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이가 들었다는 걸 종종 실감하긴 했으나 1만 5천보에 거의 넉다운이라니, 적잖이 충격적이다. 집에 돌아오고 나서도 해야할 일이 있어서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녹는 아이스크림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정신도 차릴 겸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컴퓨터 대신 노트북을 집어들고 침대 위에 앉았다. 따뜻한 물에 혈액순환이 되면서 기운을 조금 차린건지 다행히 해야할 일은 마무리를 했다.
구글에 검색을 해보니 보통 6000보에 200칼로리 정도가 소모된다고 한다. 오늘 나는 500칼로리 정도의 열량을 소모했다. 시간대비 효율로 따지자면 효율성은 꽝인 활동이지만 그래도 꽃 구경, 사람 구경하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했는가보다.
중학생이 되었을 때,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가면 대략 40분 정도가 걸렸었다. 그 때만 하더라도 버스 정류장엔 전광판이 없었을 때라서 내가 타야하는 버스가 방금 지나가서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지, 곧 오는지 알 수가 없었다. 시간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병적으로 계산적이었던지라 버스가 제 시간에 안 온다는 불안감을 느끼기가 싫어서 걸어다녔던 것이 생각난다. 지금은 시간 약속에 몇 분 늦는 일도 많지만, 그 때 당시의 나는 그랬다.
그땐 그 40분이 그렇게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다. MP3 귀에 꽂고 가거나 매일 보는 풍경을 보면서 걷다보면 학교였다. 집에 돌아갈 때에는 버스를 타는 날도 가끔 있었지만 걷는 게 더 좋았다. 그리고 버스비 아껴서 떡볶이 먹는 게 더 좋은 때였다.
지금도 걷는 걸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걸어서 25분~30분 이상 걸린다고 하면 그냥 차 타고 가는 게 편하다. 사람은 변한다. 신체가 변하니 자꾸만 몸이 편해지는 걸 택하게 된다.
나 벌써 이러면 더 나이들어서 어쩌려고 그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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