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꾸준히 쓰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그냥 로그인을 하고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써내려가면 되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은근히 글을 쓰려다 보니 생각을 정리할 시간도 필요했고, 내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지 내 속의 나에게 묻고 답하고를 해야하는 시간이 필요해서 조금 멀리하게 되었다.
게다가 최근 새로운 일을 하나 시작하면서 이 일에 몰두하느라 다른 것에 소홀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일에 제안이 왔을 때 이 일을 하기로 결심함과 동시에 내심 바라던 것이 하나 있었다. 그간 계속해왔던 일이 조금은 지겹기도 했고, 팬데믹 이후 늘 지루하게 반복되던 삶에서 벗어나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는 마음이 그것이었는데...
오히려 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내가 하던 기존의 일이 얼마나 재미있고 나에게 잘 맞는 일이었는지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와 동시에 앞으로의 40대, 50대의 내가 할 수 있을 일이 무엇이 있을까, 이런걸 공부해 보는 건 어떨까,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이나 내가 하고 있지 않은 다른 일에 갑작스레 마음이 기울거나 호기심이 생겨 내가 갖고 있는 것들에 너무나 무신경할 때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꼭 경험을 해보고 나서야 잠깐이나마 (잠깐이라는 개념은 하루 이틀일수도 있고, 몇 년일 수도 있지만...) 다시 내가 가진 것에 가치를 부여하고 소중하게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어떤 일을 예상하거나 고민하며 시뮬레이션을 하는 능력이 떨어지다보니 직접 경험해야만 깨우치는 스타일.
새로움이 주는 자극은 늘 신선하다. 예를 들어 올 초에 가구 리폼을 하겠다고 나서며 페인팅을 했었다. 가구 세 개를 일주일동안 칠하고 말리면서 제법 재미있게 했던 기억이다. 그러나 처음 느꼈던 그 "재미"는 끝을 향해갈수록 "지침"으로 살짝 바뀌었었고, 그 이후에 다시는 페인팅을 하겠다고 나서는 법이 없다. 처음 페인트붓을 잡은 날, "혹시 페인팅이 내 천직이 아닐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했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그러나 그 감정은 그냥 새로움에서 오는 자극에 반응한 것이었을 뿐이었다. 반복되는 새로움은 곧 지루함이 되고 처음의 그 감정을 다시 느끼긴 힘들어진다.
그러고보니 이건 일 뿐만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두드러지는 내 성향 중에 하나인 듯 하다. 음.. 이런 건 절대 안 바뀌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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