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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없음/이야기

#22. 영화 돈룩업 (스포 가능성 있음)

by Anónimo 2022.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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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고 있다. 특히 상을 하나라도 받은 적이 있는 수상작들을 보고 있는데 그 습관의 첫 시작점은 바로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이었다. 무슨 상을 받았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영화만큼은 강렬하게 내 기억에 남았다.

나는 재난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우리가 기존에 생각했던 재난영화의 클리셰를 박살내는 영화이다. 그런데 그 박살내는 과정이 완전 꿀잼이라 버릴 게 하나 없다는 것. 

 

대부분의 재난영화는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

 

1) 평화로운 모습이 나온다.

2) 자연재해가 발생한다.

3) 주인공에게 시련과 고통이 닥치지만 대부분의 주인공들은 똑똑하거나 한 분야의 전문가라서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 혹은 지구를 구한다.

4) 재해 극복 & 주인공과 가족들이 죽지 않고 잘 도망치는 해피엔딩

 

 

그러나, 이 영화는... 자연재해(혜성이 지구와 충돌한다는 설정)으로 결국 지구가 멸망한다. 

 

 

멍청한 정치인들

돈밖에 모르는 사업가

곧 닥칠 재난에도 무신경한 시민들

똑똑한 사람들의 바보같은 행동

과학에 대한 무시

 

현실에서 일어나는 이 모든 것들이 마치, "당연히 이 끝이 좋을리가 없잖아?"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영화를 보면서 발견한 점들에 대해 얘기해보자. 배역 이름을 몰라서 그냥 배우들 실명으로 써내려가기!

 

 

1) 연예인들의 삶과 비연예인들의 삶이 그닥- 다를 건 없다. 

영화에 아리아나 그란데가 가수로 등장하는데 바람을 펴서 헤어진 전남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다시 재결합하는 씬이 등장한다. 이 이야기는 세상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지구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기사보다 더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다. 그런데, 사실 주인공 역을 했던 디카프리오도 바람을 피고, 그의 부인도 죽기 직전 저녁식사에서 대학생 때 다른 남자랑 잤다는 이야기를 한다.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은데 유명한 사람이 한 행동은 모두의 입에 오르내린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2) 진지충?

언제부턴가 어떤 집단/사람을 부르는 대상을 비하하기 위해 '-충'이라는 어미를 사용했는데 이 영화에서는 디카프리오와 제니퍼 로렌스, 그리고 진지하게 혜성과 지구의 충돌을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진지충'에 속한다. 진지한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현대인들, 재미가 우선인 그런 사람들을 꼬집는다.

 

무거운 내용? 싫어요.

재미없는 것? 싫어요.

가볍고 재밌는 것들만 쫓는 현대인들

 

 

3) 과학에 대한 무시와 지구온난화

지구가 둥글다고 말했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던 그 시대에는 뭐 증명할 방법이 없었으니 답답하긴 했어도 어쩔 수 없었겠지만.... 21세기에서도 과학을 무시하는 현상이 종종 일어난다. 최근 몇 년동안 환경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외치는 환경운동가들이 많아졌고 각종 미디어에서는 이에 대해 다룬다. 그런데 비교해봐라. 개그맨이 나오는 프로그램 조회수랑 환경운동가가 나오는 영상 조회수랑... 누가 더 많을 것 같은지?

 

영화에서는 6개월 뒤에 혜성이 지구와 충돌해서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고 말한다. 시한부처럼 6개월이라는 시간을 준다. 6개월이 여러분들에게는 짧은 시간인가 아니면 긴- 시간인가? 하지만 인간은 바로 코앞에 닥친 문제에만 급급하지 내일 벌어질 문제는 크게 생각 안 한다. 우리는 지금, 정말 여러 문제에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일까? 

 

내가 쓰고 있는 고체샴푸, 재활용... 이런 것들이 과연 문제를 막는데에 도움이 될까? 어쩌면 영화처럼 지구 그냥 멸망하고 인류 멸종하는게 나을수도?

 

 

4) 우주비행선에 가득했던 늙은이들

결국 지구 멸망을 막지 못하자 세계 부자들은 2만년이라는 시간을 우주비행선에서 냉동상태로 있다가 한 행성에서 깨어난다. 2만년이 맞나? 기억이 가물가물. 어쨌든 행성에 도착해서 사람들이 내리는데 헛웃음이 났다. 죄다 늙고 힘없는 사람들만 잔뜩 실어온 저건.... 새로운 시작이나 도약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저 미리 짜놓은 관짝에 불과해보였다. 풉.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그곳에 살던 생명체에게 잔혹하게 물어 뜯겨 죽는다.

 

 

 

 

영화를 보고 나서야 왜 이 영화의 제목이 Don't look up인지... 알게 된다. 영화가 끝나갈 무렵 지구가 멸망하는 모습을 슬로우모션으로 ㅡ어쩌면 아름답게ㅡ 연출하는데 그 장면에서 눈물이 줄줄줄 흘렀다. 죽어가는 디카프리오의 가족 때문이 아니라 진짜 지구가 멸망한다는 그 현상 자체에 대한 눈물이었다. 

 

 

나는 제 3자로써 그 영화의 관객이었기에 영화에 나오는 시민들이 한심하고 답답해보였겠지만.... 나도 실제로는 그들 중 하나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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