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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없음/이야기

#32. 비가 내린다

by Anónimo 2022.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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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면 떠오르는 추억이 하나 있다. 아마 내가 10살? 11살 정도, 그러니까 초등학교 저학년때였던 것 같은데 그 당시만 해도 부모님이 이혼을 하셨고 엄마가 우릴 맡아서 키우시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방학 동안에는 아빠가 살던 강릉으로 가서 한 두달씩 보내곤 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큰아빠랑 아빠가 함께 캠핑장을 운영했던 걸로 기억한다.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으니 나와 동생을 포함해서 집안에 어린이들은 캠핑장 텐트 하나에 들어가 생활하고 놀곤 했다. 그러다가 하루는 비가 무척이나 많이 내렸는데, 그 날, 그 텐트 안에서 비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생각만해도 기분이 좋은 걸 보니 내가 무척 즐거웠던 것 같다. 비가 쏟아부었지만 어린이 대여섯명에게 넓디 넓은 그 텐트가 우리를 지켜주는 것 같았다. 

 

 

지난 주부터 계속해서 비가 내리고 있는데 재택근무를 하고 있으니... 내가 나가지만 않으면 비 맞을 일은 없다. 갑작스레 폭우가 쏟아질 때엔 일부러 창가쪽으로 가서 비가 문에 부딪히는 걸 보고 듣는다. 역시나 기분이 좋다. 가끔은 너무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해서, 가장 큰 골프 우산을 하나 쓰고, 검은색 장화를 신고 걷기도 한다.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도 제법 기분이 좋다.

 

 

예전에 어떤 영상에서 사람의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기관이 후각을 처리하는 기관과 가까워서 특정 냄새로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 쉽다는 연구 결과를 얘기하는 걸 본 적이 있다. 청각은 어떤 과정으로 처리가 되는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이렇게 청각과 연결된 기억도 있다. 

 

 

 

 

오늘 하루 종일 서류 처리해야할 것이 있었다. 두 가지였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지만 처음 하는 서류 작업들이라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 결과 업무가 하기 싫어지기에 이르렀다. 아무것도 안 하고 인스타그램의 피드만 하릴없이 보다가, 이렇게는 안되겠다! 글이라도 쓰자! 해서 티스토리를 열었다. 자꾸만 이런 저런 핑계를 만들면서 일을 안 하는 내 모습이 너무 싫은데 이런 감정들이 너무나 자주 출몰하는지라 심란하다. 코로나 이후로 3년동안 완전히 푹 쉬어본 적이 없어서일까? 이번 8월 휴가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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