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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없음/이야기

#36. 노견의 마지막 시간

by Anónimo 2022.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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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반 평생을 함께한 노견 가족이 있다. 사실 스무살이 지난 해부터는 집에 붙어있질 않아서 항상 곁에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함께 뛰놀고 함께 여행도 다니고 했던 나의 동생이자 가족. 강아지는 7세가 지나면서 노령화가 시작된다고 한다. 나의 친구는 14살이 되었던 해부터 백내장이 시작되었고, 귀가 서서히 멀어갔으며 인지 부족 장애? 인간으로 치면 치매와 같은 증세가 서서히 시작되었다.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소변 실수라던지, 혹은 침대에서 내려올 때 계단을 이용하지 않고 그냥 뚝- 떨어진다던지... 이런 행동을 통해 하나씩 알아차렸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도 처음엔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지 못하던 것이 아예 안 들리게 되었다. 그래서 껴안을 때도, 인사를 하려 만질 때에도 아주 조심스레 다가가야 했다. 놀래키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 올해 17살이 되었는데,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 지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도 올 4월, 5월까지는 함께 산책도 나가고, 좋아하는 공원에서 돗자리 펴고 피크닉도 했는데 언젠가부터 걷는 것을 굉장히 힘들어 했다. 물론 유모차는 계속 쓰긴 했지만 유모차에 내려 걷는 시간이 하루가 다르게 줄어갔다. 그리고 3일전 아예 주저 앉아 움직이지 못한다는 이야기에 가슴이 철렁했다. 어쩌면 마지막 병원 방문이었겠지. 병원에서도 더 이상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했다. 수액을 맞혀줬고 약을 처방해줬고 프로폴리스 구매를 권유했다. 아마, 마지막 밧줄이라도 잡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이용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 상술을 알았더라도 보호자들은 '마지막까지 널 위해 힘썼어'라는... 어쩌면 보호자 스스로를 위해 그걸 구매할 것이다. 병원에 다녀온 후 집에서 쉬고 있다는 말에 얼른 집으로 향했다.

 

조금이라도 걸었을 때는 내가 집에 도착하면 일어나서 나를 향해 오는 시늉을 하거나 걸어 나오기도 했는데 이젠 내가 오더라도 시선만 조금 바뀔 뿐 전혀 움직이질 못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이미 마음의 준비는 귀가 멀어져 가던 시점부터... 백내장의 색이 점점 탁하게 되었던 시점부터 준비는 했지만 막상 걷지 못한다는 사실을 마주하자 너무나 슬펐다. 게다가 물과 식사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죽음이 더 가까워져 오고 있음을 의미했다. 

 

눈빛이 공허해보였다. 걷지 못해 소변을 누워서 본다. 약간의 물로 목을 축이는 모습을 보는데, 물을 핥을 기력도 없어보인다. 누워있는 몸은 곱슬한 갈색 털이 남아있는 것보다 털이 남아있지 않는 부분이 더 많다. 맨 가죽에는 검은 반점들도 있다. 먹지 못해 가죽밖으로 드러난 뼈가 보인다. 꼭 껴안아서 얼굴을 바라보면 나를 보고 있는건지 아닌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그렇게 오늘 일요일은 하루 종일 친구와 함께했다. 

 

 

내일도, 너와 잠시라도 함께 할 수 있길 바란다.

잘 자,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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