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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없음/이야기

#37. 노견의 마지막 시간 (2)

by Anónimo 2022.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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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오랜 친구가 떠났다. 

 

 

8월 1일, 본가에서 하루 자기로 마음을 먹었다. 정말 오늘이나 내일 친구가 떠날 것 같은 느낌에 집을 떠날 수가 없었다. 나는 거실에 그 아이의 옆에 누워 머리를 계속 쓰다듬어 주었다. 낮부터 숨만 '색색'거리며 쉬는데 소변도 안 누고, 가끔 경련이 일어나는지 다리를 바둥바둥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혼자라고 느낄까봐 계속 머리만 쓰다듬어 주었다. 소리도 안 들리고, 보이지도 않는 녀석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렇게 새벽 2시, 3시가 되었고 나도 모르게 꾸벅꾸벅 졸기도 했는데, 졸 때마다 녀석의 발작이 일어나 마음이 불편했다. 그렇게 어느 순간 또 잠이 깨고 새벽 4시가 되어갈 때 쯤, 떠날 것 같은 직감이 들었고, 녀석의 발작이 그 전의 것과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소리를 질러 모든 가족들을 불렀고 그렇게 그 녀석은 떠났다. 

 

 

하루는 인지능력은 있었지만 걷지를 못했고, 잠을 자기도 했다. 이때부터 음식은 안 먹었지만 물은 몇 모금 마셨다.

그 다음날은 눈빛이 텅 비어있었지만, 소변을 보기도 했다. 아무것도 먹지 않기 시작했다.

마지막 날 낮에 검은색 아니 검붉은 색의 무언가를 두 어번 토했고, 인지능력도 없고, 잠도 자지 못했다. 그냥 숨만 쉬었다. 코로 숨쉬는 것이 힘들었는지 힘으로 숨을 쉬었고, 잦은 빈도로 몸이 파르르 떨리며 경련이 일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는 순간에는 온 다리에 힘이 들어가서 일자로 펴졌다. 고통스러워보였다.

 

곧 숨은 멎었지만 근육은 조금씩 움직여 마치 살아있는 것 같았다. 혀는 바깥으로 빠져나와있었고, 눈은 감지 못했다. 

그래도 모두가 함께한 순간에 떠나보낼 수 있었다는 것이 너무 큰 기쁨이었다.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괴로웠지만, 며칠전부터 숨쉬기도 버거워하던 녀석을 보며 안락사를 생각했던만큼... 고통받지 않고 숨이 멎어있는 모습이 오히려 더 평화롭고 좋아보였다. 

 

 

다들 엉엉 울다가, 화장터에 가기 전 눈이라도 조금 붙이자며 잠을 청했다. 5시까지도 잠이 안왔고, 그 녀석의 숨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거실을 걸을 때 나던 '총총총'소리도 들리는 것 같았다. 괜히 내 옆에 와서 엉덩이 붙이고 앉지는 않을까, 내 배 위에 올라오고 싶어서 날 쳐다보고 있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손을 모아 그 녀석을 안고 있는 시늉을 했다. 영혼이라도 아직 떠돈다면 잠시 내 품에 안겨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아침 9시, 집에서 제일 가까운 반려견 화장터에 예약을 했다. 아침에 만난 그 녀석의 육체는 차갑고 딱딱했다. 다시 한 번 더 쓰다듬고 만져봤다. 화장터에서 화장을 진행하기 전 간단하게 추모식을 했는데 거기서 누워있는 녀석을 보니까 또 왈칵 눈물이 났다. 오늘 흘릴 눈물은 다 썼을거라 생각했는데 계속 눈물이 흘렀다. 자꾸만 못해준 것만 생각이 났다. 조금만 더 안아줄걸, 좋아하던 음식 더 많이 챙겨줄걸...하는 그런 생각들...

 

 

10분정도 울다보니 화장을 해주는 장례사분께서 오셨기에 길을 내어드렸다. 정말 화장을 시작할 시간이었다. 그 큰 화장 기계에 들어가기 전 한 번 더 인사를 했다. 기계가 윙-하고 큰 소리로 돌아가고 불이 타오르는 것이 작은 구멍 안으로 보였다. 또 엉엉, 눈물이 흘렀다. 장례사는 40분정도 소요된다며 휴게실에서 쉬고 계시라는 말씀을 해주셨고, 우리는 그곳에서 친구가 어렸을 때부터 있던 일들을 하나씩 얘기하며 추억을 곱씹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보니 웃음도 나고, 옛 추억도 떠오르고... 조금씩 이 친구를 보내주는 것이 실감이 났다. 

 

 

화장이 끝나고 내려갔고 장례사분은 그 녀석의 유골을 보여주셨다. 이제 분골을 해서 가루를 만들면 끝이었다. 원래 몸집이 작아서 3kg 안팎이었던 녀석인데... 뼈만 보니 너무나 작고 약한 아이었다는 걸 조금 더 실감했다. 그렇게 분골이 되고, 유골함으로 우리의 품에 다시 돌아왔다. 유골함이 따뜻했다. 그 유골함을 안고 돌아왔다.

 

 

 

 

하루 종일 슬프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냥 일도 하고, 가족들과 대화도 나누고 밥도 먹는다. 근데 그러다가 갑자기 친구가 없다는 사실이 '뿅'하고 떠오르면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렇게 조금 울다보면 또 기분이 괜찮아진다.

 

 

 

죽음이란 무엇일까? 그냥 컴퓨터를 켜고 끄는 것처럼 그렇게 살다가, 죽는것 뿐일까? 녀석이 죽은 날, 내 꿈에 찾아와주길 바랐지만 아무런 꿈도 꾸지 못했다. 사후세계를 완전히 믿는 것도, 안 믿는 것도 아니지만... 나는 그저 그 녀석이 지금은 귀도 들리고 눈도 보이고.. 또 아픈 다리도 멀쩡해서 좋아하던 음식들 먹으면서 그렇게 지내고 있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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