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낮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는다. 오늘은 도예 수업이 있는 날이라 외출을 해야했는데 공방이 너무 높은 곳에 있어서 지난번 갔을 때 조금 식겁했었다. 차를 끌고 가면 금방인데, 집에 차가 한 대라서 남편은 매일 출근하느라 차를 타고, 난 평일에 뚜벅이 또는 버스를 타야만 한다. 버스정류장이 한참 아래에 있어서 15분-20분정도 걸어 올라가야 한다. 첫 수업 이후 경사가 높아 아찔했던 썰을 친구들이랑 얘기하다가 우리집 근처에서 일하는 친구가 데려다주겠다고 자처해줘서 오늘은 감사히 얻어타고 왔다. 그런데 차를 타고 오는 도중에 문득 생각해보니 내 시간을 아끼긴 하지만 친구의 시간을 내가 낭비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괜시리 미안했다. 다음주에는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 좀 해봐야겠다.
어쨌든 일주일만에 찾은 도예공방은 조금 낯설었다. 선생님이 날 못 알아보시지는 않을까? 걱정하면서 들어갔고. 다행히 쌤은 날 기억하시고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지난 시간 물레 작업에 이어 굽깍기라는 작업에 돌입했다. 내가 집중력이 상당히 안 좋은 편인데, 도자기를 만드는 일을 할 때에는 정말 몰입을 잘 한다. 허리 한 번 안 펴고 할 정도라서 수업이 끝나면 허리가 나갈 것처럼 아플 정도로...
개인적으로는 물레 돌리는 작업보다 굽깎기라는 작업이 훨씬 어렵게 느껴졌다. 공간지각능력이 떨어지는 눈대중 또는 손으로 만지면서 도자기의 두께랑 깊이를 파악하는 일이 너무나 어렵다. 굽깍기라는 작업이 무엇인지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릇의 굽에 대해 얘기를 해야할 것 같다. 접시, 그릇, 사발 등 대부분의 도자기에는 바닥과 접촉하는 부분이 마치 신발굽처럼 튀어나와 있다. 울퉁불퉁 튀어나오거나 날카롭게 만들어진 부분들을 여러가지 도구를 사용해서 깎아내는 작업이다. 그런 굽을 깎아냄과 동시에 물레로 모양은 만드는 작업 중에 울퉁불퉁 튀어나온 부분을 깎아 매끄럽게 하는 작업이다.
3시간 30분을 꼼짝도 안 하고 웅크린채 지난 시간 만들었던 7개의 잔과 그릇을 하나씩 굽깎기 작업을 해줬다. 일어날 때 쯤 되니까 허리가 너무 아팠다. 의식적으로라도 간간히 몸도 펴주고 해야겠다. 끝나고 집에 왔는데 버스를 기다리는 20분동안 더위를 먹은건지, 아니면 공방에서 쓴 에너지가 컸던 건지 약간 맛탱이가 간 상태이다. 오늘 저녁에 있던 업무는 재미있게 마무리했지만... 업무 시간 잠깐, 한 2시간 정도 똘망똘망했고 그 외에는 계속 좀비모드...
그래도 어제 못먹었던 돼지바는 먹었으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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