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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없음/이야기

#60. 헤어질 결심 - 결말과 송서래의 삶

by Anónimo 2023.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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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나 수상을 많이한 이 작품을 2023년이나 되어서야 봤다. 혼자서 30분가량 보다가 내용이 너무 흥미로워서 혼자보면 안될 것 같아 보기를 '중단'했다. 남편이랑 같이 봐야지 싶었다. 그리고 그 날 남편이랑 반정도 보다가 일 때문에 또 한 번 보기를 '중단'했었다. 그리고 일주일만에 다시 마지막까지 볼 수 있었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데 눈물이 흘렀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다. 영화 속 송서래가 조그마하게 읊었던 

 

ㅡ 불쌍한 여자...

 

라는 대사가 귀에서 윙윙 울리다가 어느새 내가 입밖으로 소리내어 읽는다.

 

 

서래의 남편이 산에서 떨어져 변사체로 발견된 사건에서 해준은 서래를 의심하지 않는다. 그녀의 순수한 눈빛 때문일 수도 있고, 풍기는 분위기였을 수도 있으며, 단지 첫 눈에 반해서였을지도 모른다. 취조실에서 값비싼 스시를 시켜서 함께 식사를 한다. 죽은 남편은 가정폭력범이었다. 보이지 않는 곳만 때리는 비열한 인간. 서래는 독립운동가의 자손이다. 난 그게 거짓말이 아닐까 의심했다. 자신의 결백을 위한 하나의 도구가 필요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해준은 결혼을 했고 아이도 있다. 부인의 관계는 법적 [부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건강을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섹스를 하자고 말하는 부인의 대사에서 굉장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적어도 나한텐 계획적으로 하는 행위가 아니라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감정 여부에 상관없이 건강을 위해서라니.

 

'마침내' 그 사건은 자살 사건으로 종결된다. 사건이 종결되고 서래와 해준은 본격적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함께 데이트도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해준의 집에 서래가 오는 장면도 비춘다. 오히려 진짜 부인보다 더 부인같은 모습으로 정겨운 가정집 씬을 만들어낸다. 연애할 때의 설렘을 느끼는지 추위도 고사하고 새벽바람에 부인몰래 세차하는 척을 하며 서래와 문자를 나누던 해준의 모습은 (도덕적 이유로) 불편함을 안겨주는 동시에 귀여워서 미소 짓게 만드는 이중적인 감정을 선사했다. 해준은 피를 무서워하고, 서래를 높은 곳을 무서워 한다. 서로의 취약점까지 공유한다.

 

이 고요함은 오래 가지 않는다. '마침내' 해준은 서래가 그녀의 남편 사건의 범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증거가 될 수 있는 핸드폰을 '바다 깊은 곳에 아무도 찾지 못하게' 버리라는 말을 하고 그녀 곁을 떠난다.

 

 

다시 서래를 보게 된건 재혼한 남자와 왠 시장바닥에서. 전혀 다른 스타일로 나타난 날이다. 너무나 바뀐 그녀의 모습에 해준보다 내가 더 놀랄 지경이었다. 그리고 얼마 뒤 그 남편은 사체로 발견된다. 해준은 서래를 의심한다. 그의 죽음에 또 다시 그녀가 개입된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의심한다. 취조실 음식은 핫도그. 그녀에게 날카로운 말도 서슴치 않는다. 그리고 나 또한, 아니,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 또한 서래를 의심한다. 서래가 하는 말들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혼란스러워진다. 

 

죽은 남편은 빨간 핏물로 물든 수영장에 죽어있었다. 그걸 본 서래는 해준이 와서 이 많은 피를 보고 놀랄까 걱정하는 마음에 핏물을 빼고, 핏자국을 모두 지워냈다고 말한다. 그 말에도 감동받거나 호응하지 않고, 해준은 '범죄 현장을 마음대로 손상'시켰다는 뉘앙스의 말을 한다. 얼마 안가서 진범을 밝혀낸다. 증거도, 자백도 있었지만 해준은 마음 한 켠에서 계속적으로 서래를 의심한다. 주변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리 만큼 집착한다.

 

 

그리고, 밝혀진 정황은 이러했다.

 

해준과 서래가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를 서래를 음성녹음을 해두었었다. 그 내용 중 증거인멸과 관련된 얘기를 지금의 남편이 들었고, 이를 갖고 서래를 협박했다. 서래는 눈앞이 캄캄했다. 자기 때문에 해준이 위험에 처했고, 그를 보호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이 남자가 사라져야만 했다. 그 남편은 투자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었기에 원한 살 일이 많았다. 이 남자를 노리는 사람 중에 아픈 어머니 때문에 보복을 참고 있던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는 어머님이 돌아가시면 보복을 하리라 노래를 부르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서래는 그의 어머니를 찾아가 펜타닐을 먹여 영원히 잠들게 했다. 그리고 그 남자는 서래의 남편을 찾아가 죽인 것이었다.

 

이 모든 사실을 알고서도 해준은 서래에게 결국은 그녀 때문에 지금의 남편이 죽은 것과 다름 없다는 말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아주 기억에 남는 장면은, 서래가 해준에게 "내 남편이 들었어요. 당신이 날 사랑한다고 말한 걸 다 들었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그 말에 해준은 "내가 당신한테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있었나?"라는 질문을 한다. 나도, 생각했다. '언제 그런 말을 했지?' 그리고 흘러나오는 그 녹음을 들으며 소름이 끼쳤다. 아, 이게, 사랑이구나. 이게 사랑한다라는 외침이구나. 

 

서래는 아마도, 남편의 죽음이 자신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전남편을 자신이 죽였다는 두 사실 때문에 자신이 해준을 곤란하게 할 수도 있는 '증거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핸드폰과 같이 아주 깊은 모래구덩이에 들어가서 죽음을 맞이했던 것 같다.

 

서래는 썰물에 물이 빠진 모래사장에 구덩이를 하나 크게 만들고 그 안에 들어가 앉는다. 노을 지는 하늘을 보여주며 밀물 때가 됨을 암시한다. 해준이 미친 사람처럼 서래를 찾아 헤매지만, 그 어느곳에도 서래는 없다. 

 

이렇게 영화 크레딧이 올라가는데 눈물이 줄줄 흘렀다. 솔직히 말하면, 서래를 되찾을 수 있을 줄 알았다. 이렇게 끝을 내다니 이걸 쓰는 지금도 눈물이 차오른다. 몇 번이고 다시 보고 싶은, 그런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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