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독전이라는 영화를 봤다. 이름은 많이 들어봤고 돌아다니는 몇몇 짤로도 본 적은 있었지만 줄거리나 전체적인 내용은 모른채 봤다. 오늘 오전까지도 영화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 가시질 않았다.
1. 왜 이 선생은 '이'씨 성을 썼을까?
아마 가장 흔한 김/박/이씨 성 중 하나를 고른 걸 수도 있겠지만, 어린 락이가 타고 왔던 그 컨테이너. 마약과 바나나가 들어있던 그 컨테이너를 싣고 온 배가 이학성 회장의 배였기 때문일거라 생각한다. 영화 중간에 이학성이란 사람이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에 대해 나오는데 그 부분을 보면 알 수 있다.
2. 락이가 그 수사에 참여하게 된 이유.
서영락 대리는 엄마가 죽고, 자신의 개가 고통스러운 화상을 입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수사에 참여하겠다면서, '이 선생'을 잡자고 말한다. 아마 다른 것보다도 자기를 사칭하는 이 선생이 어떤 자식인지 찾아내서 응징하고 싶었을 것이다. 즉, 경찰은 서영락을 이용해 이 선생을 잡는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실제로는 이 선생인 락이가 '사칭범'을 찾기 위해 경찰을 이용한 셈.
3. 마지막 씬의 의미
원호는 라이카(개)에게 심어놓은 GPS를 추적한다. 이 선생을 잡겠다는 의지도, 열정도 없어보이는 그가 마지막에 락이를.. 아니 이 선생을 찾아간건 아마도 '서영락'이 아닌 '이 선생'이란 이름으로 그를 마주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중간에 브라이언이 자신이 이 선생이라고 말했을 때 원호는 그가 이 선생이 아님을 직감했지만... 곁에서 같이 공조아닌 공조를 했던 락이를 이 선생으로는 생각조차 못했다. 자신이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난 이 점이 그가 경찰이란 직업 자체를 떠난 이유라고 본다.
다시 돌아가서, 마지막 장면을 보면 총성이 들리고, 원호에 얼굴엔 피가 튀어있다. 그 피는 누구의 피였을까?
누군가는 락이가 자살을 했다고 말하기도 하고 혹은 원호가 진짜 이 선생이라서 락이를 죽인거라고도 하는데 (이건 절대 말도 안됨) 가장 가능성 있는 건 개, 라이카를 죽인 것... 더 정확히 말하자면 라이카에 심겨진 GPS를 파괴하면서 이 선생에 대한 추적에 대한 행위 자체를 파괴해버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락이는 자살할 이유가 없다. 행복하냐고 묻는.. 네가 불쌍하다고 말하는 눈물이 그렁한 원호의 얼굴에. 왜, 감동받아서? 잘못 살아온 것 같아서? 그건 자살의 이유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곁에서 원호를 지켜보면서 자신을 진심으로 가엽게 여기는 마음은... 충분히 전달되었을 것 같다.
또 원호가 락이를 죽일 이유도 없다. 이유가 없어서 탈락. ㅇ
간만에 재밌게 봤던 영화.
중간에 농아로 나오는 여자배우분을 어디서 봤나했더니 라이브에서 나왔던. 여자 경찰분이셨다..! 진짜 연기 잘 하시더라.
+ 수어 통역사분 진짜 웃겨서 배째면서 봄 ㅠㅠㅋ
그리고 방울이... 전서연 배우님의 광기어린 연기와 김주혁님의 연기도....... 정말 놀라울 정도. 둘의 분량 자체는 영화 전체로 따지면 적지만 강렬함은 그 어떤 배우들보다 진하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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