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보았던 영화, <사랑이 지나간 자리>는 하루에도 여러번씩 갑작스레 떠오르곤 한다.
그날 오후에는 <인사이드 아웃 2>를 영화관에서 보고 왔었는데, 그 영화가 기억도 안 날만큼 강렬했던 영화... (무려 영화관에 가서 보고 왔는데!!!)
아마 누구나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넷플릭스와 같은 OTT서비스를 이용하다보면 영화를 보고 난 뒤에도 영화 제목이 기억도 안나는 그런 경험. 정말 재밌었던 영화도 제목이 뭔지 아리송할 때가 많은데, 이번 영화는 너무너무너무 강렬했다.
영화의 원제는 <The Deep End of the Ocean>인데 오히려 한국어 버전의 제목이 좀 더 와닿는건.. 왜일까.
1999년 영화인데 지금 봐도 정말 손색이 없는, 훌륭한 작품이다.
영화의 줄거리
: 세 남매를 키우는 행복한 부부. 어느날 부인은 동창회에 첫째 빈센트와 둘째 벤을 데리고 간다. 동창회가 열린 곳은 시카고의 한 호텔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복잡한 호텔 로비에서 결제를 위해 빈센트에게 3살짜리 동생, 벤의 손을 잘 잡고 기다리고 있으라며 신신당부를 하고 잠시 자리를 비운다. 결제 후 돌아온 자리엔 빈센트 홀로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딴짓을 한 사이 벤이 없어졌다며 어디로 간지 모르겠다는 빈센트. 실종사건. 벤이 사라지고 난 뒤, 가족의 일상을 완전히 붕괴된다.
집으로 돌아가지않고 수개월간 시카고에 머물며 벤을 찾기 위해 경찰 수색팀에 남아 아이를 찾는 엄마. 그렇게 수개월이 별소득없이 흐르고, 결국 그녀는 집으로 돌아간다. 마음 한 켠엔 벤이 죽었을거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또.. 인정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우울증으로 약을 먹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있는 게 그녀의 일상이 된다. 가족들이 '벤'의 이야기만 꺼내도 마치 미친사람처럼 달려들고, 남편과의 싸움이 잦아진다.
그리고 그녀는 가장 부모가 필요한 나이인 첫째 아이, 빈센트를 돌보지 않는다. 텅 빈 학교 앞마당에서 홀로 엄마를 기다리는 빈센트. 자동차 창문을 내리며
ㅡ 미안, 오늘이 일요일인 줄 알았어.
라는 말을 하며 머쓱한 얼굴을 하는 엄마에게 아이는 퉁명스럽게
ㅡ 그냥 집이나 가죠.
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어느날부터는 아예 아이를 데리러 가지도 않는다. 빈센트는 체념하고.. 걸어서 집으로 돌아온다.
(이 장면 진짜 맴찢...ㅠ__ㅠ)
그런 시간들을 보내던 그녀는, 다행히 일에 몰두하며 그 고통에서 조금씩 벗어난다. 사진작가였던 그녀에게 여러 일들이 들어오면서 촬영에 집중하며 조금씩 그 어둠 속에서 걸어 나온다.
그리고 그들은 시카고의 어느 마을로 이사를 간다. 그곳에서 남편은 본인이 원하던 식당을 열고, 그녀도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어느 날, 초인종을 누른 한 남자아이를 만나기 전까지.
그 남자아이는 바로 실종되었던 벤이었다. 경찰이 얼굴 변화를 추적해 만들어준 몽타주와 아주 비슷한 얼굴의 소년은 그 마을에서 살고 있었고, 잔디깎기 아르바이트를 위해 이 집, 저 집 다니다가 그 가족의 집의 벨까지 누르게 된 것이다. 아이를 보자마자 한 눈에 알아본 엄마는 경찰에게 부탁해 지문대조를 부탁한다. 그리고 지문 일치. 100%.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동창회날 그곳에 왔던 여자동창 중에 아이를 잃은 동창이 자신의 죽은 아이와 비슷한 또래의 벤을 유괴 후 도피해서 살다가 한 남자를 만나 재혼을 했다. 그리고 시카고로 와서 살다가 몇 해 전에 자살을 했던 것. 즉, 벤은 '샘'이라는 이름으로 새아빠 조지와 단란하게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밝혀지고 벤(샘)은 원래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오지만, 이미 9년이란 시간이 지났고, 조지와도 관계가 좋았기에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했다. 그리고 결국 갈등이 커지면서 조지의 품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벤(샘)이 다시 시작해 볼 결심을 하고 원래 가족들의 집으로 돌아오며 영화는 끝이 난다.
텍스트로 이렇게 쓰기에는 중간중간 너무나 많은 씬들이 생략되어 있기에.. 꼭 여러분들이 봤으면 하는 그런 영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본 장면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던, 또는 나만의 해석으로 이해한 장면들에 대해 얘기하자면..
1. 새아빠 조지의 입장
하루 아침에 자신이 키우던 양아들이 납치된 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남자. 그리고 그 아이를 사랑하지만 원래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해서 아이의 짐을 싸서 원래 부모에게 쥐어주던 그 심정을 너무나 잘 묘사한 배우였다.
이 영화에서 원래 주인공 가족들은 납치의 피해자였는데, 샘이 원래 벤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후, 원래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 살게 되자.. 아이러니하게도 조지가 피해자가 된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기가 잘 키우고 있던 자식과 생이별을 하게 되다니 ㅠㅠ... 심지어 엄청 착해가지고 ㅠㅠ.. 배우분 생긴 것도 너무 착하게 생기심 ㅠ 힝...
아마 벤(샘)이 원래 가족들과 잘 살게 되더라도 조지와의 인연은 끊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나가지 않을까 생각했다.
2. 빈센트
정말 가여운 캐릭터.
엄마와 아빠가 싸운 뒤에, 아빠가 화가 나서 뛰쳐나가니 그를 쫓아간다. 같이 차를 타고 아무말 없이 달리는데... 이렇게 말을 꺼낸다.
ㅡ 엄마가 이러는 건, 벤이 너무 보고 싶어서 그러는 거예요.
ㅠㅠ 정말 이 장면에서도 눙물이 철철철...
9년 뒤 빈센트의 모습.
너무 잘 ... 생기게 커서 구글링도 해봤다 " Jonathan Jackson". 근데 지금 나이가 마흔이 넘었따는....
암튼, 9년 뒤 빈센트는 불량하고 문제아처럼 그려지는데....
사실... 빈센트가 너무 가슴아픈 캐릭터인게, 제대로 내색 한 번 한 적 없지만, 동생을 잃어버렸다는 죄책감에 가장 마음고생이 심했던 캐릭터였다. 오히려 망나니로 살면서 나쁜 아이라고 손가락질 당하고, 벌을 받는 것이 마치 동생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벌이라고 생각하고 받는 것 같았달까?
영화에서 엄마가 샘을 데리고 공동묘지에 촬영을 가는 부분이 있는데, 거기서 대략 이런 이야기를 한다. 시카고와 또 다른 작은 마을에서 같은 날 불이 났는데, 사람들은 시카고가 대도시이니까 모두 시카고 이야기만 했고, 다른 작은 마을의 화재 사건은 제대로 다루지 않고 무시했다고. 그 얘기를 하는 것이 나에겐 마치.. 이렇게 들렸다.
ㅡ 실종사건에서 벤이 없어진 일이 너무 크게 느껴져서, 동생을 놓친, 그 자리에 함께 하고 있던 빈센트의 아픔과 고통은 그 누구도 들여다보지 않았다.
라고 말이다.
샘은 너무 어릴 적에 유괴를 당했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한 기억은 없지만, 단 하나의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숨기를 좋아했던 벤이 장난을 치다가 나무 상자에 갇혔는데, 빈센트가 꺼내준 기억. 그 얘기를 빈센트에게 전하며 이렇게 덧붙인다.
ㅡ 그 안에 있었지만 두렵지 않았어, 형이 꺼내줄걸 알고 있었거든.
새아빠 조지가 그리워 돌아갔던 샘을... 그 집으로 돌아오게 만들었던 건 사실 빈센트와의 그 하나뿐인 추억, 기억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사실은, 빈센트는 동생을 잃어버린 게 아니라 동생이 돌아와서 마음을 붙이게끔 해준... 그런 캐릭터였다는 것...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벤(샘)이기도 했지만, 또 다른 인물, 빈센트이기도 했다.
3. 벤 (샘)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이. 하는 행동과 말이 모두 귀엽고 사랑스럽다.. ㅠㅠ 영화 마지막 부분에 형 빈센트와의 대화는.. 정말... 이런 아들 하나 낳으면 좋겠다.. 싶은 그런 캐릭터..
끝으로, 아동 실종, 유괴.. 너무나 끔찍한 일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우연인지 요즘 입맛이 없어서 밥 대신에 간단하게 먹는 일이 잦은데, 조리퐁 우유에 타먹으려고 사왔는데.. 봉지 뒷면에 실종아동들 사진과 현재 추측 얼굴... 이런 걸 붙여놓았더라. 실종된지 20년, 30년도 더 된 사건들을 읽어보며 괜히 가슴이 아렸었다.
세상엔 부모답지 못한, 자격없는 그런 사람들도 많지만... 자식을 위해 모든 걸 다 바치는 그런 부모들이 더 많을거라 생각한다. 아이를 놓쳤다는 죄책감으로 살아가고 있을 부모님들이 어떤 심정일지.
이상한 세상 속에 살고 있는 지금 우리, 인간들에 대해 생각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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