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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넘게/감정

#61. 산만함의 위험성

by Anónimo 2023.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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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산만하다. 예전글을 통해 성인ADHD를 갖고 있다고 밝힌 바가 있는데, 정말 산만하다. 마음도 행동도. 요즘은 그 산만함이 아주 꼭대기까지 올라간 것 같다. 다시 약을 처방받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어떤 일을 하나 하다가도 다른 것이 꽂혀서 하던 일을 중단하고 다른 작업을 시작한다. 그러다가 또 다른 일이 거슬려서 그 일을 하게 되고.... 그렇게 비엔나소세지처럼 일들이 줄줄이 꿰이는데, 그러다보니 어떤 거 하나를 끝내기가 너무 어렵다. 지난주에 끝내야지 마음 먹었던 일도 방금, 1분 전 끝이났다. 

 

 

산만함은 부주의로 이어지고, 또 산만함은 건망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산만함이 낳는 결과물들은 아주 참혹하고 부끄럽다.

 

 

 

최근 그 부주의함 때문에 다친 일이 있었다. 

 

첫번째는 식물이 쓰러지지 않게 고정해주는 지지대가 있는데, 토마토를 가꾸다가 혼자 가만히 있는 지지대에 눈을 부딪혀서 안과에 다녀왔다. 눈물이 줄줄 나오고 눈이 시려워 뜰 수가 없었다. 눈에 찰과상을 입었다고 했다.다행히 심각한 건 아니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좀 뭔가 븅신같아서 말이 안나온다. 

 

 

그리고 두번째는 택배 싸다가 커터칼로 손가락을 찢(?)었다. 살점이 덩그러니 떨어져 나가는 걸 보는데 속이 미식거려 혼났다. 칼에 손이 다친 적은 이번 한 번은 아니다. 대학생 때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주방 알바하다가 손을 베여서 병원가서 파상풍 주사를 맞은 적도 있다. 두번째로 손을 베인 날,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렸다.

또 해외에서 쿠킹클래스를 듣다가 손이 베여서 혼자 구석에 쭈그려 있었던 적도 있었다. 피 보는 걸 무서워하는 편이라서 피가 조금만 나도 아무것도 못한다. 그렇게 쿠킹클래스도 황당하게 끝났다.

 

아무튼 이번에 손을 다쳤을 땐 남편이 올때까지 휴지로 돌돌감아 흐르는 피만 닦아냈다. 상처를 볼 수가 없어서 약도 못 바르고, 밴드도 못 붙이고...

 

 

 

가끔은 걱정된다 이러다가 황당하게 죽을까봐. 창피해서 죽지도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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