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생리와 관련된 기간이나 일정에 대해서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가 작년 하반기 때 여성의 호르몬과 생리를 연결지어 설명한 한 권의 책을 본 이후로는 생리 주기를 확인할 수 있는 어플을 하나 다운 받았다.
어플 이름은, 더데이
아주 요긴하게 잘 쓰고 있다.
생리기간도 거의 100% 확률로 들어맞는다. 내 자궁이랑 어플이랑 짰나 싶을 정도로 잘 맞는다.
내가 이 어플을 쓰는 용도는 생리를 언제하는지 알기 위해서가 아니다. 주로 주기별로 내 감정을 기록하고 이해하는 용도로 쓴다. 내가 우울감, 짜증, 분노가 끓어넘치는 시기를 계산하기 위한 용도. 항상 우울감이 밀려오는 시기가 일정하다고 생각했는데... 생리를 앞두고 일주일에서 열흘정도의 기간, 즉 배란이 끝난 뒤부터 대환장 파티가 시작된다.
이 기간을 보통 월경전증후군이라고들 부른다. 여자에게 있어서 호르몬의 변화가 가장 지랄맞은 때!
몸 속의 호르몬들끼리 충돌하면서 몸 밖으로 미친 여자의 히스테리로 표출되는 그런 때!
이 때 나타날 수 있는 증세(?)들은 정말 다양한데,
그 중 대표적인 건 엄청난 폭력성! 이 폭력성이라는 게 정말 누구를 뚜까패고 피해를 입히는 건 아니다.
반찬 뚜껑 닫을 때도, 과자 뜯을 때도, 택배 열어볼 때에도, 가방을 벗어놓을 때와 같이 일상 생활 속에서 종종 발현되곤 한다. 내 맘대로 반찬통 뚜껑이 안 닫힌다던지, 내 맘대로 테이프가 안 뜯어진다던지? 그러면 단전에서 올라오는 분노가 0.001초도 안되서 바로 뇌에게 지시를 내린다.
ㅡ 쎄게 내리쳐!! 찢어버려!!
그럼 그 때 손에 들고 있는 물건들은 대부분 박살나거나 세게 던져지거나... 뭐.. 그런 종류의 폭력성이랄까? 이걸 제 3자의 눈으로 객관화해서 본다면 엄청 웃긴 상황인데, 그 순간엔 그게 그렇게 화가 나고, 분노를 참을 수가 없다.
다른 증상들로는 이런 것들이 있다.
ㅡ 눈물이 줄줄줄. 그냥 뭐 아무거나 봐도 운다.
ㅡ 타인의 행동에서 자꾸만 꼬투리를 잡으려 한다. 사소한 거에도 삐지거나 맘에 안 들어서 불평한다.
ㅡ 인생무상, 내가 왜 사나 싶은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극단적으로는 인생이 맘에 안 들기도 하고, 차라리 리셋되거나 다시 태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이건 두번째로 말했던 타인에게 꼬투리를 잡던 것이 내 스스로를 향항 비난으로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
ㅡ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다. 특히 하던 일이 가치없는 일처럼 느껴진다.
가끔은 이런 현상들 때문에 피임시술을 받아볼까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한다. 그래도 일단 그런 의료적인(?) 비자연적인 것의 도움을 받지 않고 내면에서 이런 것들을 해소할 수 있는 패턴이나 시스템을 만들어 보는 게 올해 목표다.
이제 어떤 이유로 내 마음이 혼란한지 알았으니 그걸 다스리고, 최대한 컨트롤 할 수 있는 그런 수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호르몬을 인간인 내가 어떻게 해보겠다고 말하는게 웃기긴하지만... 그래도 외부 환경을 조금씩 바꾸거나 개선하면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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