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도에 개봉한 영화 <리플리>
나.. 왜... 이걸 이제야 본거지..?
내가 뭘 본거지?
러닝타임이 2시간이 훌쩍 넘는 영화를 보는내내 너무 마음을 졸이고 긴장이 됐다. <리플리 증후군>이란 명칭 덕에 어떤 내용일지 상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영화 시작한지 단 몇 분만에 시작된 거짓말은.. 점점 더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결말까지... 세상에.. 영화 몰입도 미쳤다. 정말. 게다가 나오는 배우들의 젊은 시절 모습은 너무나 찬란하고 아름다워서 그 부분에 있어서도 너무 감명깊었다. 맷 데이먼, 주드 로, 기네스 펠트로의 리즈시절을 엿볼 수 있는 그런 영화.
일단 이 영화를 추천하냐고 묻는다면 완전 Yes.
영화 원제는 <The Talented Mr. Repley>
영화 시작에서 알려주듯, 어느 한 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즉, 실화는 아니라는 이야기.
영화의 시작은 너무나 사소한 거짓말로 시작한다.
어느 한 피아노 공연장에서 프린스턴 대학 자켓을 입고 피아노를 치던 톰 리플리(맷 데이먼)를 보고 그린리프라는 중년의 남자가 다가와 인사를 건넨다. 자신의 아들도 프린스턴 대학을 나왔다며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선하게 생긴 톰이 맘에 들었는지 그린리프는 자신의 회사에서 보자며 다음을 약속한다. 사실 톰은 프린스턴 대학을 나온게 아니었고, 그 자켓은 자신의 연주에 노래를 부르던 가수의 남자친구가 빌려준 옷이었다. 자기 옷이 아니라고 말할 법도 하지만, 눈 하나 깜짝 안하고 프린스턴 대학을 나온 것처럼 행세하는 톰. 이게 영화 시작 10분만에 벌어지는 일이다.
솔직히 일반인 같으면 옷은 빌린 거라고 했을 것이고. 우물쭈물하다가 그 대학에 나온 걸 긍정했더라도 진짜 그 아저씨네 회사에 찾아갈 생각을 안 했을텐데.... 톰은... 남달랐다.. 가난한 톰은 상류사회에 대한 동경이 있었고, 그 기회를 이용하기로 한 것 같았다. 오마이갓. 여기서부터 진짜 이야기 시작.
그린리프는 어마어마한 부자였고, 아들 딕키(주드 로)는 엄청난 한량 + 날라리인지라 아버지 사업을 이어받을 생각도 안하고 이탈리아에서 띵가띵가 망나니처럼 살고 있었는데, 동창인 톰에게 이탈리아에 가서 그를 설득해 데려와 달라고 부탁한다. 아니, 돈을 줄테니 그렇게 해달라고 의뢰(..?)를 한다.
그렇게 이탈리아로 간 톰은 딕키의 관심을 끌어 친해지는데에 성공한다. (딕키의 아버지인 그린리프 성대모사를 해서 친해짐........ ) 그렇게 그의 삶에 스며들며 딕키의 연인인 마지(기네스 펠트로)와도 친해진다. 딕키라는 인물은 정말 하고싶은 거 다 하고 사는 자유분방한 캐릭터이다. 재즈를 좋아하고, 여자를 밝힌다. 마지와 깊은 사이이지만 그와 동시에 많은 여자와 자유로운 관계를 즐긴다. 새로운 것에 흥미를 느끼고 열정적으로 몰입하는.. 내가 보기엔 한편으론 어린아이처럼 순수하지만, 사실상 무책임하고 굉장히 자기애가 강한 캐릭터처럼 비춰졌다. 넌.. 애가 아니라 성인이잖니..?
둘은 정말 급속도로 친해진다. 톰은 그린리프씨에게 딕키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며 착실히(?) 맡은 임무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주며 돈을 받아서 마지 집에 들일 냉장고를 사기도 한다. 아버지를 골탕 먹이는 것 같은지 딕키도 신나서 동조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이 편지뿐이었는데 글씨체가 예쁘지 않았던 딕키는 항상 타자기를 사용해서 편지를 썼다. 편지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톰은 딕키의 싸인까지 알아낸다.
그러던 어느날 한 여자가 마을 바다에 자살을 한 사건이 벌어진다. 그녀는 딕키의 이탈리안 애인이었다. 알고보니 그 여자는 임신중이었고, 딕키는 그 여자가 돈을 요구했지만 자기가 거절해서 자살한 것 같다는 말을 한다. 이 사실은 둘만의 비밀로 남는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톰이 딕키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진다. 여러가지 감정이었을 것 같다. 자신이 동경하던 상류사회의 중심인물이기도 하고, 자신을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는 것이 마치 자신을 특별하게 여기는 것 같고. (아마 자기도 몰랐겠지만) 동성애자였던 톰이 딕키를 사랑하게 된 것. 어느날 톰은 목욕 중인 딕키와 체스를 나누다가 그 욕조에 자기도 들어가도 되는지 묻고, 딕키는 차갑게 거절한다. 그 이후로 둘의 사이는 약간 멀어진다.
인상깊은 씬이.. 톰과 딕키가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 잠든 딕키의 얼굴이 유리창에 비추는데, 그 유리창에 자신의 모습과 딕키의 입이 맞닿도록 하는 장면이 있었다. 즉, 유리창에선 서로 입맞춤을 하고 있는!
그렇게 멀어진 관계를 유지하던 중, 딕키의 친구 프레디가 그들을 방문하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진다. 그리고 딕키는 톰에게 떠나라는 말을 하게 된다. 그 말에 적잖이 당황하는 톰의 모습에서 마치 억울하게 실연당한 한 인간의 모습이 보였다. 그렇게 마지막 나날을 보내던 어느날.... 톰과 딕키는 보트를 타고 먼 바다로 나간다. 거기서 다툼이 일어나고 톰이 딕키를 죽이고 만다.
이제.. 진짜 스릴러 시작. .. ㅠㅠ 이 장면 정말 소리지르면서 봤다. 게다가 딕키 머리에 상처난거 표현이 너무나 리얼하고 끔찍해서 속이 미식거릴 지경이었다. 톰이 뭔 일을 저지르겠구나 했는데.. 주인공인 딕키를 그렇게 죽여버릴 줄이야. 그리고 죽은 딕키의 품에 안겨 한참을 바다 위를 떠다닌다... ㄷㄷ 소름임. 시체와 배를 바다에 가라앉게 두고, 마지의 집으로 돌아온 톰은 로마로 떠난다.
그곳에선 마치 자신이 딕키인 것처럼 산다. 그의 이름을 쓰고, 은행에선 그의 이름으로 돈을 찾고... 그런 생활을 하던 도중 다시 한 번 균열이 생긴다. 프레디가 딕키의 이름으로 빌린 집을 찾아온 것! 결국... 톰이 프레디의 뚝배기를 깨서 죽여버린다. ㅠㅠ 근데 워낙 깐족거려서 프레디의 죽음은... 안봐도 비디오였다.
그렇게 2 Kill 까지 성공한 톰.
하지만 프레디의 사체가 발견되면서 경찰 수사가 시작되었고, 여러차례 위기가 닥친다. 하지만 모든 상황이 톰에게 유리하게 흘러간다. 이거 완전.. 럭키비키잖아..? 하지만 조금씩 상황이 꼬여가는 걸 인지하고 있던 톰은 모든 생활을 청산하기 위해 딕키가 쓴 것처럼 유서를 한 장 쓴 뒤, 홀연히 사라진다. 딕키가 자살한 듯한 상황을 만들어 버린 것. 더 이상은 죽일 사람이 없으니 이미 죽은 딕키마저 죽여버린.. 연속 3Kill...
글에다가 다 쓸 수가 없지만.. 정말 위에 나온 이야기의 디테일은 꼭 영화를 보면서 느껴보시길.. 너무 떨려서 손에 땀이 날 정도임.
그리고 더 가관인 것은... 그렇게 해버리고 유럽에서 떠나 미국으로 갔으면 될 것을, 기어코 이탈리아에 남아있는다. 이제는 자신, [톰 리플리]로서 살아가는데, 아무래도 딕키가 자살을 한 것처럼 되어버렸으니 경찰에서 그의 절친(!!??)으로 소문난 톰을 호출한다. 그러나 그는 이탈리아어를 잘 할 줄 모른다는 핑계를 대고, 마지를 통해 알게된 피터가 살고 있는 베네치아의 경찰서에 출두한다. 피터가 이탈리아어를 잘했기 때문에 경찰서에서 도움이 필요하다는 핑계를 대는데, 사실 원래 이유는 이탈리아에선 각 도시? 주?별로 경찰이 공조(정확히 워딩은 기억이 안난다)를 안해서 로마에 있던 경찰들과 마주칠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로마 경찰서에선 자신을 딕키로 알고 있었기 때문!
그런데 마지가 그곳까지 쫓아온다. 자신의 딕키가 자살했을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톰은 그가 어딨는지 알고 있을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톰의 집에서 딕키가 늘 끼고 다니던 반지를 발견하고 톰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이 장면도.. 꼭 영화로 보시길... 나는 막.. 여기서도 심장이 벌렁벌렁..
그렇게 톰이 다시 용의자로 지목되나 했는데.. 황당하게도 딕키의 아버지인 그린리프가 톰의 편을 들면서 또 상황이 톰에게 유리하게 넘어간다... 럭키비키 2....
그 장면들을 보면서 그린리프씨 정말 사람 보는 눈 없다고 생각했다...ㅠㅠ 자기 자식도 제대로 몰라... 자식 죽인 놈을 앞에 두고 두둔하고 있으니.. 아마 엄청나게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아빠였을 것이다. 유년기의 딕키에게 어떻게 대했을지 뻔하다. 엄격하고, 실수는 용납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자연스레 둘의 사이가 멀어지고, 아버지가 싫어하는 행동들만 하면서 반대로 튕겨나가는 아들이 되었겠지.
그렇게 경찰 수사도 끝나고.. 그가 살인마라는 의심을 하는 인물도 모두 없어진다. 그리고 여러 불안한 상황 속에서 피터와 각별한 사이가 된 톰은, 피터의 연주회(?) 동행길에 오른다. 둘이 처음 만난 순간부터 비춰지지만... 피터는 순도 100% 동성애자였고, 그런 피터에게 당연히 호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던 톰은.. 그와의 행복한 미래를 꿈꿨을 것이다.
그런데.. 영화 엔딩 10분 정도 남겨두고.. 경악 of 경악.....
피터와 톰은 유람선을 타고 다른 도시로 가고 있던 길이었는데, 거기서 딕키 이름을 사칭할 때 만났던 부잣집 아가씨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오.. 갓..뎀..
정말 소름끼치는 질문,
톰이 그녀에게 묻는다 "혼자예요?"
하지만 그녀는 온갖 가족들이랑 단체로 와있던 것.
나중에 다시 보자고 말하고 피터의 객실로 들어온 톰은 피터에게 [톰 리플리]의 좋은 점에 대해서 말해달라고 애걸한다. 슬픈 얼굴을 하고. 그리고 피터를 목졸라 죽이면서 영화는 끝난다.
톰 리플리가 왜 피터를 죽였냐고? 자신이 했던 말이 사실이 되어야 하니까.
자신이 했던 말들이 사실이 되기 위해선 그 여자가 죽거나 피터가 죽어야지만 되는 거였는데, 그 여자는 가족들과 함께 왔었기에 죽일 수가 없었고, 피터는... 자신이 애정을 느끼는 대상이었지만, 혼자였기에... 죽일 수가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톰은 자신이 동성애자일 거라고 생각도 안 했기 때문에 피터에 대한 감정을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톰이 사람들을 죽인 건... 자신의 이야기를 사실로 만들기 위해 장애물을 제거했던 것에 불과했던 것...
과연, 이 인물은 그 뒤 어떻게 살아갈까? 불행하겠지.
여러 생각을 하게 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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