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한 가지 일만 꾸준히 잘 갈고 닦는다면 자신을 가치 있는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맹신했다. 때문에 내가 하고 있는 일 외에 다른 분야에는 크게 관심 갖지 않고 살았다.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는 것도 크게 관심이 없었다. 물론 취미삼아 해보려고 악기나 다른 언어 등을 배운 적은 있지만 그런 것들은 내가 하고 있는 일들과 연결지어서 한다는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그냥 단순히 해보고 싶으니까 했다.
외국어, 스케이트 보드, 서핑, 스쿠버다이빙, 피아노, 춤, 필라테스... 그냥 문득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즉흥적으로 신청해서 수업을 들었다. 이 중에서 제일 길게 했던 건 아무래도 춤, 필라테스 그리고 스케이트 보드인 것 같다. 20대의 나는 하고 싶은 건 늘 많았다. 그러나 그런 흥미가 오랫동안 지속된 경우는 굉장히 적었다. 점점 나이를 들면서 예전처럼 '뭔가를 배워보고 싶다'라는 충동적인 생각은 점점 줄었고 동적인 활동이나 스포츠보단 점점 정적인 활동에 매료되곤 했다. 그 중 하나가 피아노였는데 생각보다 꽤 재미있었다. 두어달 다니고 지금은 잠깐 쉬고 있는데 피아노를 하나 구매해서 집에서 조금씩 쳐볼 생각이다.
어쨌든 지금까지 하나하나 읊어보니 내 직업이랑은 전-혀 상관없는 활동들을 단순히 호기심에 해본 게 많다. 비교적 최근에 들어서야 "내가 하는 일과 관련지을 수 있는 다른 걸 배워볼까?"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유튜브로 접해보면서 스스로 '이젠 정말 하나만 잘해서는 잘 되는 경우가 많지 않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을 때 약간의 위기감을 느꼈다.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일 말고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나?' 이런 질문에 딱히 대답할 거리가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아는 어떤 한 사람은 자신의 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아. 다만 이 일을 해야 내가 좋아하는 취미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하는 거야. 취미엔 돈이 들거든"
ㅡ 20대 중반에 들은 말인데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좋아하는 일로 직업을 삼는 인생이 최고라고 생각했기에 나에겐 적잖이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너무 좋아. 이 일이 정말 나랑 잘 맞는 것 같아! 다른 일을 하는 건 생각조차 못하겠어"
ㅡ 이 사람 말이 진심이라고 느끼는 건 항상 에너지가 가득차보이는 얼굴과 더불어 약 10년째 같은 직업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겠지?
또 다른 누군가는,
"일 진짜 하기 싫다.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편하게만 살고 싶어, 일 꼭 해야되는거야?"
ㅡ 가끔 나도 이런 말이나 생각을 하긴 하지만... 일을 안 하고 살 수는 없으니 그저 그 순간의 불평이라고만 생각하자.
옛날부터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 라고 외쳤고, 그래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게 뭔지 찾으려 한다. 그리고 대부분은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마치 인생의 패배자라도 된 것처럼 우울해한다.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일이 돈 벌어 먹고 사는 일이 되는 경우는 굉장히 극소수일 것이라 생각한다. 좋아하는 일을 할 수는 있겠지. 그런데 그걸로 만족스러울 정도의 돈을 번다는 것... 글쎄? 과연?
요즘 N잡러라는 말이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디자이너면서도 바에서 바텐더일을 하기도 하고, 주말에는 댄스 강사까지 하는 그런 사람들? 직업이라는 개념이 과거와 달라졌다. 시대가 변했고 사람도 변했다. 예전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틀리기도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 시대에 나는, 당신은, 여러분들은 직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내가 도달한 결론은 이러하다.
ㅡ 그 분야에서 상위 몇%에 들지 않는 이상 한 직종으로 평생을 살아가긴 어려운 시대이다. 한 직종으로 길고 오래 살아남기라도 하려면 지속적인 자기계발과 업무능력 디벨럽은 필수.
ㅡ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항상 오픈마인드로 접근하고 배우는 게 좋다.
ㅡ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 잘하는 혹은 꾸준히 할 수 있는 취미나 기술을 하나쯤은 배워둔다. 언젠가는 그렇게 꾸준히 배운 것으로 소득이 창출되기도 한다.
ㅡ 불로소득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접자. 개쩐다.
ㅡ 성실하고 꾸준한 것 굉장히 중요하다. 근데 운이랑 인맥 무시 못한다.
ㅡ 워라밸 중요하다. 근데 자신의 삶이 '워(work)'보단 라(life)에 치우져져 있진 않은지 경계하자. 돈을 벌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다. 즉, 워(work)의 시간은 한정적이지만, 라(life)의 시간은 졸라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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