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이용해 양양에 다녀왔다. 별다른 목적이나 생각없이 즉흥적으로 국도로 달려보고 싶어 멀쩡한 고속도로를 두고 국도로 달렸다. 가는 길은 제법 오르락 내리락 변덕이 심했다. 한계령을 가리키는 안내판을 보고 옛날 생각이 났다. 완전히 생각도 안하고 있었던 그런 추억.
어릴 적 나는 차멀미가 굉장히 심한 편이었는데 친가인 강릉으로 가려면 대관령을 지나가야 했는데, 그 중 아흔아홉고개라는 이름의 길이 있었던 것 같다. 그 길이 엄청 구불거렸는데 한 번은 차에서 내려 토를 했던 적이 있었다. 아마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을텐데 뭔가 어렴풋이 기억이 남아 있다. 한계령이라는 안내판과 구불거리는 길이 내 옛기억을 일깨웠다.
풍경이 정말 멋졌다. 많은 산을 가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가본 국내 산 중에서는 설악산만큼 멋진 곳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 길을 가면서 설악산의 또 다른 모습을 보게 되어 기뻤다. 특히 해발고도 900미터를 가리키는 안내문과 한계령 휴게소가 나왔을 때 바로 핸들을 돌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찬 공기를 마셨다. 여기까지 국도를 뚫은 사람들도 대단하고, 이 높은 곳에 휴게소를 지을 생각을 한 사람들도 대단하다. 그곳에 서있으니 왠지 설악산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구글링으로 검색하니 설악산 높이가 1200미터가 채 안되는데, 휴게소의 높이가 거의 1000미터인 점을 감안한다면 과장이 아닌 표현이겠다.
그곳엔 화장실이랑, 산을 오르는 입구 그리고 찻집, 호떡같은 주전부리를 파는 식당이 있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여행객들이 그곳에서 쉬고 있었다. 대체 여길 어떻게 알고 왔는지 너무 신기했다. 계획된 여행보다 조금은 즉흥적이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유연한 여행을 좋아하는 나에겐 너무나 황홀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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