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어떤 감정을 느낄 때 "왜 이런 감정이 들까?"라는 생각을 같이 한다. 옛날엔 그냥 그 감정을 느끼고, 소비하고 회복하고 다른 감정을 느끼고.. 이런 것들이 별다른 생각이나 고민없이 지나가는 찰나의 한 순간이었다면, 요즘은 자꾸 나 자신에게 묻는다.
"왜 그렇게 느껴?", "왜 그렇게 생각해?" 그에 대한 답변들은 주로 날 납득시키지만 어쩔 땐 납득이 안되는 경우도 있다. 가끔은 "내가 이런 상황엔 이렇게 생각하는구나..."하고 나 자신에 대해 배우는 경험도 했다.
어젠 내게 있어서 굉장히 부끄러운 날이었다. 근데 그에 대한 감정은 스스로에게 묻지 않아도 왜 느꼈는지 뭐가 잘못된 거였는지 알 수 있었다. 업무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여러명 앞에서 연달아 실수를 했고, 패닉에 빠지며 더욱 더 수렁으로 끌려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나의 엉터리 이야기를 듣던 사람들은 핸드폰을 보거나 이상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기 시작했고 점점 더 머릿속에서 뇌세포가, 혈관 속 피가 하나 하나 증발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숫자도 제대로 못 셀 정도로 <멘붕상태>에 빠졌었다.
마칠 시간이 되어 일을 끝내긴 했으나 끝난 이후에도 그 여운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날 괴롭히고 힘들게 했다. 이런 감정을 느낀 건 2018년도 이후로 처음이었다. 부끄럽고 수치스러웠다. 세상이 끝났으면 좋겠고 콱 죽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다른 생각을 하려고 잠들기 전까지 2시간 내내 게임을 잡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게임공간은 나에게 현실도피를 도와주는 가상의 공간이었다. 속이 메스껍고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게임에 열중했다. 그렇게 늦은 시간까지 몽롱하고 우울한 상태로 있다가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그 기분을 떨치려고 노력했다. "다음에 잘 하면 돼", "다음 번에 어제 못한 것까지! 열심히 준비해서 준비를 더 알차게 해보자!" 이렇게 속으로 외치면서 최대한 진정하며 시작하려 했다. 아침 7시 30분부터 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에 사실 그 생각을 할 틈도 없이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은 정말 마음이 괜찮아졌다. 내 실수를 보상할 수 있는 방법, 그들의 시간을 버리게 한 행동에 대한 보답은 다음 기회를 잘 사용하는 것 뿐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마음의 구렁텅이, 절망의 늪, 우울함, 공허함에 빠지고 나면 다른 사람들의 위로나 말은 잘 듣기가 힘들다. 어떤 말로도 내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다. 아무리 주위 사람들이 빠져나오라고 밧줄을 던져주고 사다리를 내려줘도 그걸 잡고 올라갈 힘도 용기도 없는 상황에선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내려준 밧줄로 목 매달아 죽어버리고 싶지 살고 싶지가 않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남들의 도움이나 위로가 아예 도움이 안된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바꾸는 건 타인이 아니라 본인의 의지와 마인드라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내 옆에서 위로해주는 사람이 있기에 생각을 고쳐먹는 데에 도움이 되는 건 확실하다. 만약 나 혼자 있었더라면 그 구덩이 속에서 더 깊은 구덩이를 파내려 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부끄러운 경험을 남들과 공유하는 건 쉽지 않다. 내가 잘못한 상황이라면 그걸 공유하긴 더더욱 어렵다. 이런 경험들을 진심으로 공감해주고 위로해줄 수 있는 가족이나 친구가 있다는 것도 복이라면 복일 것이다.
어쨌든 원래 쓰려고 작성하던 글이 있었음에도 이 글을 먼저 쓰는 이유는 내가 생생하게 느낀 감정들을 기록하고, 다신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글로 남겨 놓기 위함이다.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좀 더 진지하게 하는 일에 임해야 겠다. 나놈...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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